균일가 생활용품점 다이소를 운영하는 아성다이소가 연매출 4조 원을 돌파했다. 뷰티·패션·온라인·외국인 관광객까지 사로잡은 다이소의 성장 비결과 앞으로의 과제를 정리했다.
“뭐 사러 갔는지 까먹게 되는 곳”, 다이소의 마법
“다이소에 가면 정작 사려던 건 까먹고 다른 것만 잔뜩 사 온다.”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이 경험은 단순한 밈을 넘어, 다이소라는 브랜드가 우리 일상에 얼마나 깊숙이 들어와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주방용품, 문구, 청소도구, 수납용품은 물론이고 이제는 화장품과 옷, 건강기능식품까지. 1,000원짜리 물건을 사러 들어갔다가 장바구니가 가득 차는 그 마법 같은 공간을 운영하는 회사가 바로 아성다이소입니다.
오프라인 유통업계가 장기 불황에 신음하는 와중에도 다이소는 거침없이 질주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아성다이소가 어떤 기업인지, 어떻게 ‘매출 4조 시대’를 열었는지, 그리고 그 성장의 비결과 앞으로의 과제까지 차근차근 정리해 보겠습니다.
아성다이소는 어떤 기업인가
먼저 가장 많이 오해받는 부분부터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다이소는 한국 기업입니다. 1992년 ‘아스코이븐프라자’라는 이름으로 출발했고, 2001년 일본 100엔숍을 운영하는 다이소산교로부터 약 38억 원을 투자받으면서 사명을 ‘아성다이소’로 바꿨습니다. 이름이 같다 보니 일본 기업이 아니냐는 오해를 꾸준히 받았지만, 경영권은 처음부터 한국이 쥐고 있었습니다. Newdaily
결국 2023년에는 2대 주주였던 일본 다이소산업의 지분을 아성HMP가 전량 다시 사들이면서, 명실상부 100% 한국 기업으로 정리됐습니다. 창업주는 박정부 회장이며, 현재 대표이사는 김기호 대표입니다. 서울에 본사를 둔 비상장 기업으로, 2026년 4월 기준 임직원 수는 약 1만 4천 명에 이릅니다. Namu WikiThe VC
박정부 회장이 남긴 “1,000원짜리 제품과 1,000원짜리 제품이 나란히 있을 때, 망설임 없이 우리 제품을 고를 수 있게 하라”는 말은 지금도 다이소의 기본 운영 철학으로 통합니다. ‘싼 게 비지떡’이라는 공식을 깨겠다는 의지가 담긴 한마디입니다.
드디어 열린 ‘매출 4조 시대’
다이소의 성장세는 숫자로 보면 더욱 놀랍습니다. 연매출은 2021년 약 2조 6천억 원, 2022년 약 2조 9천억 원, 2023년 3조 4,604억 원으로 매년 꾸준히 늘었습니다. 2024년에는 매출 3조 9,689억 원, 영업이익 3,711억 원을 기록하며 4조 원 문턱까지 다가섰습니다. AsiatimeAsiae
그리고 마침내, 2025년 다이소는 연매출 4조 5,363억 원, 영업이익 4,424억 원을 달성하며 처음으로 ‘4조 클럽’에 입성했습니다. 2015년에 매출 1조 원을 처음 넘긴 지 약 10년 만에 매출이 네 배 넘게 뛴 셈입니다. News1Newdaily
더 인상적인 것은 수익성입니다. 500~5,000원짜리 균일가 상품만 팔아서도 영업이익률이 9.35%에 달했는데, 이는 이마트(0.16%)나 쿠팡(1.46%)과는 비교가 안 될 만큼 높은 수치입니다. 박리다매의 대명사처럼 여겨지던 다이소가 사실은 ‘알짜 장사’를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Hankyung
성장 비결 ① 흔들리지 않는 ‘균일가’
다이소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역시 균일가 전략입니다. 500원, 1,000원, 1,500원, 2,000원, 3,000원, 5,000원. 단 여섯 가지 가격대만 존재하기 때문에 소비자는 가격을 고민할 필요가 없습니다. 고물가·고금리로 지갑이 얇아진 시대에, ‘일단 사도 부담 없는’ 이 가격 정책은 그 자체로 강력한 경쟁력이 됐습니다.
여기에 가격 대비 뛰어난 품질이 더해지면서, 소비자들은 “이 가격에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만족감을 얻게 됐습니다. 직접 눈으로 보고 고를 수 있고, 매장 환경도 깔끔하다는 점은 저가를 앞세운 해외 직구 플랫폼과 차별화되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성장 비결 ② 폭발한 ‘다이소 뷰티’
최근 다이소 성장의 진짜 주인공은 단연 뷰티입니다. 2023년 말 26개 브랜드, 250여 종에 불과했던 뷰티 상품은 2024년 말 기준 약 60개 브랜드, 500여 종으로 두 배 이상 늘었습니다. 그 결과 기초·색조를 포함한 화장품 매출은 1년 만에 144%나 급증했습니다. FashionbizAsiae
이른바 ‘듀프(고가 제품을 대체하는 저렴한 상품) 소비’ 트렌드가 다이소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졌습니다. 샤넬 립밤을 닮았다고 해서 ‘샤넬밤’으로 불린 ‘손앤박 멀티컬러밤’, 그리고 ‘VT 리들샷 앰플’ 같은 히트 상품이 쏟아지면서 소비자 관심이 폭발했습니다. 유행에 불이 붙자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애경산업 같은 대기업까지 다이소 전용 브랜드를 따로 만들어 입점했습니다. 유튜브에서 ‘가성비 최강 화장품’으로 소개된 일부 제품은 품절 사태를 빚을 정도였습니다. 이제 다이소는 사실상 ‘드럭스토어화’되어 올리브영을 위협하는 존재로 떠올랐습니다. AsiatimeFashionbiz
성장 비결 ③ ‘5,000원 바람막이’ 패션의 반란
패션 역시 빼놓을 수 없습니다. SPA 브랜드에서 3만~4만 원대에 팔리는 제품을 6분의 1에서 8분의 1 수준인 5,000원에 내놓은 ‘이지쿨 초냉감 티셔츠’, ‘이지웜 보온 내의’ 등이 호평을 받았습니다. 잠옷부터 운동복, 후드티, 패딩 조끼까지 라인업이 넓어지면서, 다이소는 ‘생활밀착형 패션’ 영역까지 발을 넓히고 있습니다. 트라이·비비안·헤드 같은 전문 브랜드와의 협업도 이런 흐름에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Asiatime
성장 비결 ④ 온라인 ‘다이소몰’과 빠른 배송
다이소는 오프라인에 머물지 않습니다. 온라인 자사몰 ‘다이소몰’을 고도화하고, 픽업과 익일 배송은 물론 서울 일부 지역을 대상으로 2시간 내 ‘오늘 배송’ 서비스까지 도입하며 물류 경쟁력을 키우고 있습니다. 온라인몰 개편 이후 월 결제액이 91억 원까지 성장했을 만큼, 디지털 전환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오프라인의 압도적 접근성과 온라인의 편의성을 동시에 잡으려는 전략입니다. FashionbizHankyung
‘올다무’ 열풍, 외국인까지 사로잡다
다이소는 이제 외국인 관광객의 필수 코스가 됐습니다. 한국 쇼핑 스폿을 일컫는 ‘올다무(올리브영·다이소·무신사)’라는 신조어가 SNS에서 회자되며, ‘가성비 뷰티&식품=다이소’라는 공식이 자리 잡았습니다. 그 결과 다이소의 해외 카드 결제 금액은 1년 만에 50% 늘었고, 명동점과 홍대점이 특히 외국인 매출이 높은 매장으로 꼽힙니다. ‘다이소 쇼핑리스트’ 콘텐츠가 외국인 사이에서 공유되는 모습은, 다이소가 K-쇼핑 문화의 한 축이 됐음을 보여줍니다. FashionbizFashionbiz
멈추지 않는 확장, 그리고 남은 과제
다이소 매장 수는 2023년 하반기 1,500개를 넘어선 데 이어, 2년이 채 되지 않아 1,600개를 돌파했습니다. 다만 골목 상권 침해 논란 등을 의식해, 단순히 매장 수를 늘리기보다 기존 점포를 100평 이상 대형 매장으로 리뉴얼하거나 대형마트 안에 숍인숍으로 입점하고, 마진이 높은 뷰티·패션·건기식으로 상품군을 다각화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바꿨습니다. NewdailyFashionbiz
물론 과제도 있습니다. 저가 경쟁이 유통업계 전반의 출혈 경쟁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 골목 상권과의 상생 문제, 그리고 품질 관리와 협력업체와의 관계 등은 ‘공룡’으로 성장한 다이소가 풀어가야 할 숙제입니다.
마치며
아성다이소의 성공은 단순히 ‘싸게 많이 파는’ 전략의 승리가 아닙니다. 균일가라는 흔들림 없는 원칙 위에 뷰티·패션·온라인·외국인 수요라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정교하게 쌓아 올린 결과입니다. 불황일수록 빛나는 ‘가성비’의 대명사로 자리 잡은 다이소가, 4조 원을 넘어 어디까지 성장할지 지켜보는 일은 그래서 더 흥미롭습니다. 다음에 다이소에 들르신다면, 무엇을 사러 갔는지 잊어버리기 전에 이 거대한 ‘국민 가게’의 저력을 한 번쯤 떠올려 보셔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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